커피 맛은 로스팅(Roasting)에 좌우

press-041125커피는 생두를 볶는 로스팅 과정에서 원두 안에 든 고유 성분들이 화학변화를 일으켜 고유의 맛과 향을 만들어 낸다.

커피의 일반성분으로는 수분, 카페인, 단백질, 에테르 추출물, 지방, 당질, 회분 등이 함유돼 있으며 특히 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휘발성 유기산이 들어 있다. 그래서 생두에는 향이 없고 볶은 후에야 화학변화로 향이 생긴다.

또 커피 향은 지방성분에도 들어 있다. 불포화지방산인 커피지방은 공기 중에 산소와 결합해 쉽게 산화되므로 볶은 커피는 단 시간에 추출해 마시는 것이 최상의 향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다만 볶은 직후에는 향이 가장 강하지만 불필요한 향을 포함하고 있어 하루나 이틀 정도 뒀다 추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맛은 볶은 후 3일~10일 사이에 최고조에 달한다.

같은 원두를 이용해 커피를 마시더라도 필터로 걸러 마시는 드립식보다 에스프레소가 맛과 향에서 진한 이유는 필터는 향을 지닌 지방산까지 걸러내지만 에스프레소는 이 지방산까지 녹여 맛을 훨씬 풍부하게 만든다.

커피명가 안명규 대표는 “로스팅 과정은 상당한 숙련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대개의 생두는 짧은 시간에 볶으면 신맛이 강하고 오랜 시간에 볶으면 강한 쓴맛과 단맛을 공유하게 된다”고 밝혔다.

◇바리스타 이명재
“갈린 입자의 크기, 기압, 기온에 따라 에스프레소 머신 속에서 추출되는 속도가 다른 에스프레소 커피는 맛의 변덕이 매우 심합니다.”
파계사 입구 커피명가 휴(Hue)에서 매일 커피의 맛과 향을 지휘하는 바리스타 이명재씨(35).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7년째 바리스타의 길을 걷고 있다.

“대학 1년 때 처음 마셨던 킬로만자로 커피의 독특한 맛이 좋아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게 인연이 돼 지금은 직업이 됐습니다.”
국내에서 생소한 바리스타란 직업은 커피의 맛과 향을 뽑아내는 커피의 마술사로 섬세한 감각을 초병처럼 곧추세우고 있어야한다.

그래서 이씨의 하루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작동상태 체크로 시작된다. 강한 향과 깔끔한 맛이 특징인 에스프레소 커피를 뽑기 위해 그는 커피가루의 양, 입자의 굵기, 탬핑(커피를 다져 굳히는 작업)정도를 조절하며 하루에도 4,5잔의 커피를 맛본다.

“에스프레소는 잔 표면에 뜨는 미세한 거품층인 크레마가 짙은 황금빛을 띨 때 가장 맛있습니다. 검은 빛이 강하면 맛이 쓰고 옅으면 감칠맛이 떨어지고 밋밋합니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신선한 원두에서 70%, 추출 테크닉에서 20%, 음용자의 당일 컨디션에서 10%로 맛이 결정된다. 결국 바리스타의 손에 커피 맛의 90%가 달려 있다. ‘누가 마셔도 느낌이 좋은’ 한잔의 커피를 만드는 것이 바리스타 이씨의 꿈이다.

*바리스타란=이탈리아어로 ‘바 안에 있는 사람’이란 뜻. 최근 국내에선 서구식 커피 전문점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를 추출하는 사람을 총칭하는 말로 쓰인다. 공인된 자격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