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명가’ 대표 안명규씨 “느낌 좋은 방송 프로엔 꼭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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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커피같은 사람이었다. 향기롭고, 사색적이며, 깊은 맛이 있는 커피명가 안명규(42) 사장을 만났다.

커피명가는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다. 이쯤 되면 아예 사업가의 기질을 보일만한데도 그는 여전히 17년 전 경북대 후문에 가게를 냈던 당시 마음 그대로다. ‘사장’이라는 호칭을 10년 넘게 들으면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그는 아직도 그 단어를 들을때마다 어쩔줄을 모르겠단다. “단골 손님들은 그냥 ‘아저씨’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불러주세요.”라고 했다.

‘커피명가’의 명가는 ‘이름난 집(名家)’의 의미가 아니다. ‘밝을 명(明)’자를 써서 ‘밝은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고, 커피명가는 그 이미지 그대로 손님들에게 각인됐다. 들르면 향기로운 커피 냄새가 진동하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며, 조금은 낮은 조명에,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눌 수 있는 곳.

“커피의 어원을 찾아보면 에너지, 원기를 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본래의 뜻 그래로 사람들에게 맑은 생각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람과 사람이 교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고, 그 소재가 되는 것이 커피죠.”

그래서 그 역시 커피를 ‘사람과의 소통 통로’로 십분 활용한다. 한 때는 탤런트 김미숙이 진행했던 라디오 방송 ‘세상의 모든 음악’ 프로그램에 열심히 커피를 보냈다. 이렇게 커피를 보내고 방송을 들으면 목소리에 커피향이 잔잔하게 묻어난다고 했다. 그 외에도 내셔널지오그래픽지나, 느낌이 좋은 방송에는 꼭 커피를 선물하는 것이 그의 오랜 습관이다.

현재 ‘커피명가’에서 원두를 공급하고 있는 커피가게만도 전국적으로 300여 개. 프랜차이즈를 시도할 수도 있었지만 안 사장은 맛있는 커피를 공급하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커피를 판매하는 가게마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커피 철학, 공간 철학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커피명가’라는 이름 아래 묶어두고 그들만의 가치를 빼앗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명쾌한 해답이었다.

요즘은 원두커피,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가게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커피에 미친’ 그가 반길만한 환경변화지만 그는 오히려 안타깝다고 했다. 커피가 마치 패스트푸드처럼 변해버려 단순히 입을 즐겁게 하는 하나의 음료 역할에만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차 한잔 하자.’라는 짧은 말 속에 ‘나는 당신을 알아가고 싶다.’, ‘당신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등 참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었고 가벼이 지나칠 수 없는 깊이가 있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만 남아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달 23일로 문을 연지 17주년을 맞이했다는 커피명가. 커피를 좋아하는 대구 사람들에게 이 곳은 단순한 ‘커피숍’이 아니다.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서 추억을 보듬어주고, 마음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그런 장소다.

“제가 문을 연 가게지만 이것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명가를 사랑해주는 고객들입니다. 이 분들을 위해 앞으로도 더 맛있는 커피를 볶고, 정성스레 커피를 뽑는 방법을 가르치는데 온 힘을 쏟아야겠지요.”

●라떼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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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Barista`바 안에서 커피를 만드는 사람)의 손놀림이 빚어낸 커피 위의 마술, 라떼아트(latte art).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일으키며 등장해, 매년 국제대회까지 벌어졌을 정도다. 대구지역에서도 라떼아트를 즐길수 있는 곳이 많다. 커피명가 역시 그 중 한 곳. 이 곳의 바리스타 이은빈(25`여)씨와 정지균(31)씨는 커피 위에 하트, 나뭇잎, 꽃 등을 그려넣는 재주꾼이다. 바리스타 경력 5년의 이 씨는 “2001년부터 라떼아트를 배웠다.”며 “현재는 별 다른 주문이 없어도 라떼메뉴에는 무조건 그림을 그려 서빙하고 있다.”고 했다.

라떼아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벨벳처럼 입자가 고운 우유 거품을 만들어 내는 일. 이 고운 입자가 커피를 물감처럼 밀어내면서 섞여 들어가 아름다운 ‘예술품’을 만들어 낸다. 물론 숙달된 손놀림이 없다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정 씨는 “마시면 없어질 그림을 아쉬워하며 조심스레 한모금씩 커피를 삼킬 고객들을 생각하며 수도없이 연습했다. 바리스타의 노력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다는 것을 한번 더 생각하고 커피를 마셔주면 그것보다 감사한 일이 없겠다.”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email protected]

작성일: 2006년 08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