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스, 리우, 모카, 오클랜드, 암스테르담, 고베…..
세계적인 항구도시이면서 커피의 수출입항이다. 커피 터미널로도 유명하다. 커피는 상황에 따라 육로나 항공으로도 이동하지만 대부분은 배에 선적되어 운반된다. 이런 사연으로 커피에 항구 이름이 명명된 것들이 있을 정도다. 모카, 산토스 등이 그것들이다.
이렇게 배에 선적된 커피는 머나먼 여행길에 오른다.
커피의 항해는 순탄하지만은 않다. ‘와인은 여행을 싫어한다’ 는 말이 있듯이 커피 또한 와인과 다르지 않다. 긴 항해 중 적도를 통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맛과 향이 변질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의외로 명품을 낳기도 한다. 인도 몬순 말라바 커피가 그 경우이다. 이는 옛날 범선 시절, 인도에서 유럽으로 커피를 운반할 때 생겨난 유명한 명품 커피이다. 최근에는 이 커피가 인도에서 몬순 기후를 이용하여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럼 커피의 가치는 무엇으로 평가할까?
흔히 맛과 향이 반반이라고 한다. 여기에 그 이미지가 갖는 뉘앙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볶음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커피 발견 초기에는 열매를 그대로 먹기도 하고, 혹은 쪄서 먹기도 했었지만 제대로 된 커피 맛과 향이 표현된 것은 불을 만난 이후였다. 불과의 만남은 커피에 있어 연금술에 필적할 정도라 일컬어진다.
이후, 볶음 과정은 커피 가공 중 가장 핵심적인 과정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커피는 이를 통하여 음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이 때부터 커피가 진정한 가치와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커피의 볶음 시간은 10~15분 정도에 불과하다. 그 과정에서 녹색의 생두가 미색에서 옅은 황토색, 마침내는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볶음이 다해갈 무렵에는 커피 자체의 발열 반응에 의해서 커피 외피가 터지는 ‘타탁’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 소리가 ‘커피로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커피는 수많은 이화학 반응을 거쳐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이 결정된다. 그리고 커피의 부피는 두 배정도 늘어나며, 무게는 17~20% 줄어든다. 이렇게 한 알의 커피가 탄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