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TV에서 본 한 대화 한 토막이 기억난다. 토크쇼에 나온 생기 발랄한 미모(?)의 젊은 아가씨가 눈을 반짝반짝 거리며 말했다. “제 몸에 흐르는 피의 반은 커피일 거예요.” 그녀가 선호하는 커피 형태는 어떤 것일까? 커피 리큐르, 커피 젤리, 커피 캔디, 커피 우유, 커피 아이스크림 등등. 젊은 여성임을 생각하면 예쁜 잔에 담긴 호박색 느낌의 따뜻한 커피, 또는 쿨한 아이스 커피가 아닐까.
커피는 맛(taste)과 향(flavor, aroma) 성분들의 조합체이며 이들의 대부분이 물에 잘 녹는 수용성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물로 추출하는 방법들이 연구되어 왔다. 개성과 다양성의 추구는 인간의 표현에 대한 기본적인 열망이듯, 커피 표현에 있어서도 기발한 방법들이 시도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커피 추출은 사용하는 도구나 기계 차이에서부터 물의 온도와 압력 차이, 접하는 시간, 또는 커피 파우더의 굵기 등의 응용에 따라 실로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표현과 시도 속에서도 동서양의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어 왔다.
서구에서는 기계산업의 발전과 과학적인 접근 표현성, 커피의 외면적 성향을 압도적으로 표현하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에스프레소의 탄생은 과학적인 미각 표현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동양에서는 여운과 느낌을 중시하는 내면적 표현에 가치를 두어 왔다.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자세로 커피를 통한 인간과 인간의 교감, 커피 자체와 사람과의 교감 등 커피의 문화적인 면에 역점을 두고 이를 중시해 왔다.
이렇듯, 기름진 땅에서 강렬한 태양과 이슬을 먹고 성장하여 먼 항해 여정을 거쳐 불을 통하여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커피는 물을 만나 완전한 한 잔의 커피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