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유럽에 전래된 것은 14세기 말엽, 중동에서 볶음 기술이 개발된 이후다. 당시의 대제국이었던 오스만 투르크와 지중해의 무역상인 베네치아 상인들과의 교역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커피가 르네상스를 맞이한 때는 18세기. 이슬람교도들은 커피를 천사 가브리엘이 마호메트에게 가져다 준 쓰고 자극적인 ‘비약’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커피를 ‘카베’ 혹은 ‘카와’라고 불렀다. 활력을 주는 음료라는 뜻이다.

유럽에서 커피는 17세기 말에 와서야 비로소 바 테이블에 올려졌다. 이 무렵부터 커피를 단순한 기호차원을 떠나 유럽인의 생활 속으로, 삶의 한 의식 행위로 여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18세기 초 영국의 귀족들은 커피 타임 장소를 집에서 커피 하우스로 옮겼다. 사교를 중요시 하고 예술적인 활동에 열정적인 파리지앵들이 탄생한 곳도 커피가 있는 카페였다.
이렇듯 커피의 역할과 기능은 비즈니스는 물론 사교, 휴식, 창작 등 문화의 전반적인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어 갔다. 그러나, 커피의 보급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많은 반대와 억압도 있었다. 커피를 금기시 하던 나라도 있었으며, 주신(酒神) 바카스를 우선하여 커피를 해독제 역할로만 비하했던 시절도 있었다. 또한 차의 보급으로 많은 영역을 잠식당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이슬람의 와인, 혹은 사색가의 우유라고 불리던 커피의 보급은 더욱 더 가속화되어, 19세기 이후로는 국가 전매 사업으로 활용하는 나라들도 생겨났다.

현재의 유럽 커피 문화는 어떠할까? 지난달, 티타임-오후의 홍차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런던을 방문하였다. 그런데 런던에서 차(Tea)를 구경하기가 오히려 어려웠다. 그 대신 커피 바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가정에서도 티타임보다는 커피 타임이 압도적이었다. 이는 식생활 및 라이프 사이클의 변화에서 온 영향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