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기가 넘도록 커피 문화를 지배해 온 유럽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브류잉 타입의 미국이나 드립 타입의 일본과는 달리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한 유럽의 커피 문화는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럽인들은 200년 전부터 커피를 생활 깊숙이 끌어들여 문화를 형성할 정도로 관심 또한 높다. 소비자는 커피에 매우 엄격하여 단순히 품질만을 따지지 않는다. 맛의 창조와 같은 전문성과 예술성, 역사 및 경험으로 표현되는 정통성과 일관성도 중요하게 여긴다. 여기에 생산 및 가공에 있어 환경 친화를 기하고, 나아가 유통 과정에서도 어느 일방이 불이익을 당함이 없는 ‘정당한’ 산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커피 생산 업체의 경영 모습도 변화하고 있다. 북유럽은 일인당 커피 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커피에 신선한 우유를 곁들이는 이곳에서 노르웨이의 솔베르그 앤드 한센(Solberg &Hansen)사는 ‘Seed To Cup(씨앗에서 한 잔까지)’ 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그들은 공급에서부터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라인을 스스로 책임진다. 생산자를 단순한 공급자로 생각하지 않고 기상, 생육 방법 등 기술 정보를 제공하여 상호 발전을 꾀하며, 경험 중시의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면서도 변하는 시대 상황속에서 최고를 꿈꾸며 생산자, 제조자, 소비자의 룰을 지켜가고 있다.
한편, 영국 런던 소재의 H.R. 히긴스(Higgins)는 정통성에서 단연 돋보인다. 3대 100년을 이어 온 이곳은 창업이래 고유의 맛을 열정적으로 추구하여 브랜드만 해도 15종이 넘는다. 프랜차이즈 등 외부 요소에는 관심 없이 오직 품질과 전통을 중시하며 현재 영국의 자존심인 왕실 커피 제공 업체로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유럽은 SCAE(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Europe)의 발족으로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컨퍼런스, 바리스타 대회를 통한 커피 홍보, 생산지 방문, 커피 경매 등을 통한 양질의 커피 공급, Fair Trade, Organic 등의 커피 이슈 공유에 힘 쏟는 이들의 모습은 장래 유럽 커피의 청사진을 제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