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커피의 진정한 맛은 쓴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피는 원래 쓰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찾아보자.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는 커피의 신선도에 있다. 커피의 신선도는 두부, 갓 잡은 생선 혹은 방금 짜낸 우유와 같다. 깊고 풍부한 맛을 내는 커피 맛 성분은 공기와 접촉하면서부터 빠른 속도로 변질되어 간다. 우리는 만든 지 한 달이 지난 두부를 사지 않는다. 그것은 영양가나 맛은 고사하고 자칫 건강에 위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달이 지난 커피도 그와 같다. 건강에는 문제가 없지만, 볶음 직후에 느낄 수 있는 순수한 맛과 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볶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커피라도 원료가 좋지 않으면 맛이 좋지 않다. 커피는 불을 만나 볶음이라는 과정을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된다. 열화학 반응을 거쳐 숨겨진 맛과 향이 한껏 표현된다. 오래되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커피 생두는 결코 좋은 맛을 내지 못한다. 묵은 쌀과 햅쌀이 밥을 하면 차이가 나듯, 이들 커피와 신선한 고급 커피는 외관은 비슷할지라도 볶은 뒤의 맛은 극명하게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적으로 독특한 우리의 ‘인스턴트 커피’ 문화를 말하고 싶다. 인스턴트용으로 가공된 커피 입자는 커피 원두를 분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추출하여 음료로 만든 뒤에 그것을 극도로 압축한, 마치 엑기스와도 같은 것이다. 이것은 물로 희석하고 일상 음용 방식대로 일정량의 감미료와 크림을 첨가한 상태에서 제대로 맛을 내도록 설정되어 있다. 극도로 단 맛을 내는 합성 감미료도 농도가 높으면 오히려 쓴 맛이 난다고 한다. 커피에서야 오죽하지 않겠는가. 좋은 재료와 기술, 정성으로 만들어진 커피는 맛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