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만드는 과정을 추출이라고 한다. 갈색의 보석이라 일컬어지는 원두를 현미경을 통해보면 미세한 구멍이 마치 벌집처럼 촘촘히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을 부으면 이들 벌집 속으로 물이 흘러 커피의 향미 성분이 물에 녹아 나온다. 이를 커피 입자와 분리시키면 한 잔의 커피 음료가 탄생하게 되는데, 이를 추출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추출방법은 침전법과 여과법이 있다. 침전법은 말 그대로 커피 분말을 물 속에 넣어 끓이거나 혹은 뜨거운 물 속에 커피 분말을 넣어 가라앉힌 후 음료만을 따라내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 터키 지방에서 사용하는 ‘체즈베’ 혹은 ‘이브리크’ 라는 도구는 모두 이러한 방식을 써서 커피 음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비해 ‘커피메이커’는 여과법을 이용한다. 깔때기 모양의 거름망 속에 적정량의 커피를 투입하고 스위치를 올리면 뜨거운 물이 공급되어 커피와 어울리고, 커피 분말은 거름망에 그대로 놓아 둔 채 음료가 분리되어 나오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원두커피’다. 그러나 커피메이커는 물줄기가 한곳에서만 뿜어나오기 때문에 커피의 맛과 향을 뽑아내 주는 핵심 중의 하나인 ‘골고루 적셔주는’ 면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메이커가 널리 사용되는 것은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조작이 간편함은 물론 이물감이 없는 무난한 음료가 만들어진다는 점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의 일반 가정에는 우리나라의 커피메이커와 비슷한 ‘모카 포트’가 많이 보급되어 있다. 커피메이커가 뜨거운 물을 위에서 흘러 내려 아래에 모이도록 한 데 비해, 이 기구는 반대로 아래에서 물을 끓이면 그 압력을 받아 물이 스스로 관을 타고 상승하여 커피층을 통과해 위층에 고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실제로 사용방법도 간단하여 한쪽에 물, 다른 한쪽에 커피를 담아 놓고 열원에 올려놓으면 2,3분 후 거친 거품을 토해내듯 커피가 뿜어져 나오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는 매우 농밀하고 향이 풍부해 커피마니아들이 즐겨 찾는다.
안명규(경북대평생교육원 커피문화아카데미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