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의 물결은 커피산업을 흠뻑 적셔 놓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테이크 아웃 커피점 창업 열풍과 외국 브랜드의 커피 체인 확장세, 그리고 카푸치노, 카페 라떼를 비롯하여 바리스타라는 용어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에스프레소와 관계되는 것이다. 이것은 에스프레소에 대한 높아진 인지도를 대변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커피점에서 고객들을 향해 둥그런 등을 내보이는 대형 에스프레소 머신은 커피점 재산 목록 1호이며 대부분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일련의 모습 – 커피를 어딘가에 담아 꾹꾹 누른다거나 혹은 톡톡 두드린다거나 하는, 그에 덧붙여 치익~ 하는 물소리까지- 들도 약간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사리 접할 수 있는 그림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본고장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은 커피라고 하면 당연히 에스프레소를 의미하며 북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카페, 커피하우스에서는 물론 가정에서도 모카 폿이란 도구를 이용해 에스프레소를 즐긴다.
커피를 제일 많이 소비하는 미국과 일본 역시 에스프레소 및 이의 응용 메뉴(Variation Coffee)로 새로운 맛을 구축해가고 있다. 더욱이 다국적 기업으로 세계전역에 커피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스타벅스 같은 경우도 에스프레소의 역동성 짙은 맛과 향을 주 엔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에스프레소는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 에스프레소 그 자체를 즐기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것은 쉽게 변화지 않는 기호와 사회성 등을 들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맛이 나쁜(없는)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에스프레소는 익스프레스라는 뜻(급행)처럼 빠르게 전파돼 외적으로는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재료의 유통이나 바리스타의 실력 등에 있어 최고는 아니다. 이런 가운데 국적불명의 묘한 쓴맛만 존재하는 액체에 저항없이 길들어져가고 있다. 맛이 시스템을 지배할 때 리더가 될 수 있다.
안명규(경북대평생교육원 커피문화아카데미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