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만 해도 백 가지가 넘는 어레인지 커피는 각 메뉴마다 의미있는 이름이 붙어있다. 어레인지 커피의 감초격인 카푸치노는 이탈리아의 카푸친 수도회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 장식 모양이 그곳 수도사의 법복의 특징적인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카페 라떼는 카푸치노와 달리 단순히 ‘우유가 들어간 커피’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부르는 이름은 나라마다 달라, 프랑스에서는 카페오레, 스페인에서는 카페콘레체로 불린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밀크커피는 카페 라떼의 미국식 표기이다.
우유 거품이 들어간 모양에 따라서는 라그리마와 마키아토란 메뉴를 들 수 있다. 오페라아리아 제목으로서도 유명한 라그리마란 말은 ‘눈물’을, 마키아토는 ‘표식’을 의미한다. 이름이 아름다운 메뉴도 있다. 아몬드 향이 나는 아마레또는 이탈리아의 리큐르 아마레또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밖에 술이 첨가된 커피로 아이리쉬 커피와 카페 로얄 등이 있다. 아이리쉬는 아일랜드의 항구에서 북해의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마셨고, 카페 로얄은 나폴레옹이 즐겨 마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편 칼루아는 커피를 재료로 하여 주정한 커피 리큐르의 한 상표이다.
핫 모카 자바는 어레인지 메뉴 중에선 가장 독특하다. 모카라는 말은 과거 홍해의 최대 항구이자 유일한 커피 선적항이었던 모카를 어원으로 하며, 현재는 예멘과 에티오피아의 커피를 뜻한다. 그러나 모카커피는 핫 모카 자바와는 관련이 없다. 여기서의 모카는 ‘초콜릿’을 뜻한다. 즉 초콜릿이 첨가된 따끈하고 달콤한 음료란 의미이다. 자바는 인도네시아의 섬 이름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로 잘 알려져 있다. 프로그램의 로고도 향이 휘황찬란하게 올라오는 커피잔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음료는 이름이 긴 편이라 단순히 ‘자바’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엔나 커피’도 많이 알려진 메뉴이다. ‘비엔나엔 비엔나 커피가 없다.’ 란 이유로 백안시되고 있지만 메뉴 자체는 아름답고 감미로우며 낭만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비록 국적 불명의 메뉴라고는 하지만 그 이미지를 살려 비엔나 커피란 이름을 다시 살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비엔나에서는 이와 유사한 멜랑쥐란 메뉴도 있다고 한다.
안명규(경북대평생교육원 커피문화아카데미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