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니아들에게 모카(mocha)란 말은 아련한 고향같은 느낌을 준다. 자그마한 생두의 알차고 단단함, 배전두의 푸근하면서 정겨운 향기, 한 모금 머금었을 때의 부드러운 촉감에서부터 후각으로 느껴지는 달콤함. 그리고 처음 들어도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드는 이름까지, 모카는 정(情)이란 말로 표현될 수 있는 커피일 것이다.
커피 업계에서는 아라비아권의 커피를 일컬을 때 모카란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아라비안나이트의 중심축이었던 시리아, 이라크 등은 제외된다. 이들 나라는 북위 30도 위에 위치해 커피 존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그보다 아래에 위치한, 아라비아 반도의 최남단 예멘에서 생산된다.
예멘의 커피 재배 역사는 1000년이 넘는다. 전설에 의하면 이슬람의 승려 오마르가 원산지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를 들여와 치료용으로 사용한 것이 재배의 시초라고 한다. 어떠한 경로를 통하였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예멘과 에티오피아는 지역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커피 재배 조건도 흡사하다.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대지구대의 서쪽인 카파지구인데, 이곳은 해발 2000m가 넘는 고지대로서 적도 부근이지만 서늘한 기후를 나타내고 있다. 예멘의 커피 재배지도 해안을 따라 나 있는 해발 1000~3000m의 경사지에 위치해 있다. 다만 예멘은 에티오피아보다 건조하기 때문에 커피 재배는 물을 얻기 쉬운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지역적으로 가깝고 여러 면에서 비슷한 이유 때문인지 상업적으로는 예멘의 커피와 에티오피아의 커피를 모두 모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므로 ‘모카 한 잔’ 이란 말은 두 대륙의 커피를 아우르는 말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름은 같더라도 천년 역사의 예멘 모카와 원산지인 에티오피아 모카의 향미는 같지 않다. 아니, 엄청나게 다르다. 공통되는 것이라면 두 지역의 커피 모두 최고급이자, 전 세계의 커피 마니아들이 좋아해 애타게 찾는다는 것이다.
안명규(경북대평생교육원 커피문화아카데미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