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만이 지니는 가치라면 각 단계마다 바뀌는 독특한 풍미를 들 수 있다. 이들 커피의 향은 커피의 관능검사 방법의 하나인 ‘커핑(cupping)’에서 다루는 중요한 주제일 뿐만 아니라 커피 업계에서 역점을 두는 분야이기도 하다. 물론, 커피를 음미하고 즐기는 데 있어서도 이러한 향미 검사를 알면 도움이 된다. 우리가 쉽게 응용하고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원두커피를 분쇄하여 향을 맡아본다. 원두커피 내부에 들어 있던 향 요소들은 원두가 분쇄되면서 일시에 공기 속으로 발산한다. 달콤한 과일향이 난다면 그 커피의 산미는 높고 훌륭한 것이다. 무언가 톡 쏘는 느낌이 난다면 그 커피는 약간 거칠고 쓸 것이다. 신선한 커피일수록 향이 강하고 분명하게 나타나며, 오래된 커피일수록 무겁고 탁한 향을 낸다.

원두커피를 추출하여 향을 맡아본다. 우선 잔에 담긴 상태 그대로 향을 맡아보고, 다음에는 한 모금 들이마신 상태에서 향을 음미해 본다. 잔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듯한 커피의 향은 가장 익숙한 모습이다. 이러한 향은 인스턴트커피에서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향이 머리를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듯한 기분으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향을 맡고, 들이마신 후에는 입 안에 커피를 머금은 채로 숨을 내쉬면서 향을 느낀다. 화사한 꽃내음, 신선한 초목 내음, 혹은 고소한 캐러멜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커피를 마신 후에 향을 느껴 본다. 커피는 향으로 시작해서 향으로 끝난다. 강렬한 향의 매개체인 커피는 마신 후에도 여운을 남긴다. 커피가 지나는 길에 남긴 이들 향의 여운 또한 커피가 지니는 독특함인 것이다. 원두커피를 마신 뒷맛이 개운하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원두커피의 여운이 그만큼 짙다는 것을 뜻한다.

한 잔 분량의 커피를 분쇄기로 갈면서 향을 느끼고, 커피를 뽑아서 그윽한 향을 맡아 보자. 한 모금 머금었을 때의 향미에 취해보고 다 마신 후에도 그 향의 아름다움을 기억해보자. 처음의 향에서부터 마지막의 향에 이르기까지.

안명규(경북대평생교육원 커피문화아카데미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