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의 고장 예멘은 한반도의 4분의 1 크기의 나라이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다가 1990년 통일돼 세계의 관심을 모은 것 외에 특별한 이슈가 없는 나라지만 역사는 무려 3000년이나 거슬러 올라간다. 솔로몬과 지혜를 겨루었다는 시바의 여왕이 통치하던 곳이 바로 예멘이다. 당시 시바왕국은 아시아의 향목과 비단, 아프리카의 새의 깃털 등의 중개무역과 유향이라는 향료의 판매를 통해 크게 융성했던 왕국이다. 물론 커피가 발견되기 전의 일이다.

예멘의 커피, 즉 모카커피는 예멘의 서쪽 해안을 따라 급경사를 이루는 곳에서 생산된다.

특별히 재배 기술이 발달된 것도 아니고 생산 여건 역시 좋지 않아 세계의 커피 총 생산량에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그러나 커피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카란 말을 한 번씩은 들어 볼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품질 또한 뛰어나다. 명품 커피시장에서 모카를 찾는 마니아도 많다. 이렇다보니 ‘모카커피’를 생산지역의 명칭을 붙인 ‘예멘 모카 ‘라고도 널리 불려지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이 다 그런 것처럼 모카커피 역시 예멘 현지에서 구경하기가 더 어렵다.

커피 수요가 많은 미국, 일본, 특히 석유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거의 전량이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캐트라 불리는 식물의 잎을 씹거나 커피 열매의 과육을 달여 마신다. 그러다보니 커피보다 캐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카커피 중 우리나라를 비롯한 극동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모카 마타리’이다. 이 커피는 예멘의 수도 사나의 서쪽 바니 마타르 지방에서 생산된다. 아라비아어로 ‘비의 자손들’이라는 의미를 지닌 바니 마타르 지역은 예멘 지방에서 가장 비가 자주 오는 습도가 높은 지역이다. 이와 함께 해발 고도가 2000m에 달하는 고지대이기 때문에 커피가 알차게 잘 자란다.

국내에도 모카 마타리가 수입되고 있어 커피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의 기호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안명규(경북대평생교육원 커피문화아카데미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