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커피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제일 먼저 만나는 단어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다. 관심을 넘어 마니아가 되면 또 만나는 단어가 부르봉이다.
부르봉(Bourbon)은 아라비카 커피의 한 변종이다. 과거, 예멘의 모카항이 세계 유일의 커피 수출항이었고, 그래서 커피의 가격이 좋았던 시절, 유럽인들은 커피를 상업적으로 다량 재배하여 부를 얻을 방법을 모색하였다.
제일 먼저 커피 종자를 손에 넣은 나라는 네덜란드와 프랑스였다. 네덜란드는 본국의 식물원에 커피를 이식하였고,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는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 옆의 조그만 섬 레위니옹에 커피나무를 심었다. 레위니옹 섬은 프랑스대혁명 전에는 절대 왕정을 구가했던 왕조 이름을 따 부르봉이라 불렸었다. 즉 부르봉 커피는 과거 부르봉 섬에서 재배되고 차후 세계각지에 이식된 커피나무에서 생산된 커피를 말한다.
부르봉은 커피의 한 종류를 나타내는 말이므로, 어느 특정 지역에서 한정적으로 자라지는 않는다. 레위니옹 섬 외에 처음 이식된 곳이 남아메리카로 그곳 부르봉 커피가 유명하다.
부르봉은 고지대에서 잘 자라며 생두의 크기는 작지만 동글동글하고 알차며 화사하면서도 달콤한 느낌을 주는 커피이다. 이름 때문인지 과거 일세를 풍미했던 화려한 프랑스 절대 왕정의 미를 맛보는 듯하다.
부르봉 커피는 생산량이 그다지 많지 않다. 약 300년 전의 커피 품종이라, 재배 환경이나 수령, 생산량, 병충해 저항력 등 여러 면에서 현대의 개량된 품종에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희소가치가 더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
화사하고 달콤하지만 결코 경박하지는 않은 향미를 지닌 부르봉은 명품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커피다.
안명규(경북대평생교육원 커피문화아카데미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