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에는 커피의 고유 성분은 1~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물로 되어 있다. 이는 극미량의 불순물로도 커피 맛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물에는 다양한 원소를 함유하고 있다. 지하수에는 칼슘 및 마그네슘, 수돗물에는 염소, 노후 배관에서는 철 성분이 녹아 있다. 상수도 사정이 좋지 않은 국가의 물에서는 여과 시설이 미흡해 불순물이 들어있거나 악취가 난다. 이러한 경우 커피의 풍미를 찾기 전에 물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깨끗한 샘물’로 불리는 식수에는 광물질이 적게 함유되어 있어 상쾌한 물맛은 물론 커피의 향미도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약수터에서 길러오는 광천수는 광물질이 과다하게 들어 있기도 하지만 자체 향미를 지니고 있어 커피의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특히 떫은 맛을 지닌 광천수는 철분이 과다 함유된 경우가 많은데, 이 물을 사용하여 만든 커피는 색상부터 어두운 녹색을 띠게 된다.

물 속의 광물질은 커피 기구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지하수는 암반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칼슘 및 마그네슘 이온을 함유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물질은 물 순환 설비에 침착되어 물길을 좁게 만들고 마침내는 물길을 막아버린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같은 고가의 장비에서 이러한 현상은 치명적이다.

따라서 커피전문점에서는 양질의 물을 얻기 위해 정수 및 연수 설비를 갖추고 있다. 또한 깨끗한 물 성분이 유지될 수 있도록 주전자, 서버를 비롯한 각종 물 순환 기구의 선택과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맛있는 한 잔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질의 커피콩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좋은 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안명규(경북대평생교육원 커피문화아카데미 담당)